Nawang Khechog - Rhythms Of Peace 1989

World Music 2013. 3. 23. 09:27


영혼의 피리소리
                                                                                                 
- 류시화(시인)

티벳의 성자 밀라레빠는 동굴 앞에 앉아 피리를 부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흰 터번을 두른 히말라야 만년설들 위로 영원히 피리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은 진리와 자비와 마음의 평화를 갈망하는 구도자의 시와 다름없다.

나는 두 차례 티벳 여행을 할 때 네팔 카트만두의 필그림 서점에서 산 나왕 케촉의 이 음악들을 갖고 떠났다. 지대가 높아 산소는 희박하고, 태양은 금방 얼굴을 태워 버렸다. 가도 가도 고원 지대의 황량한 풍경만이 시야를 채웠다. 낯선 길, 그러나 뜻밖에도 언젠가 한 생을 살았던 느낌이 드는 장소들, 고요하고 적막하기 이를 데 없는 산중 여인숙에서 나왕의 음악들이 주체할 수 없이 내 영혼을 흔들었다. 중고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온 나왕의 피리소리는 새벽녘까지 휘잉 휘잉 불어대는 바람과 달빛 아래 환영처럼 펄럭이는 기도 깃발들과 함께 티벳 고원으로 멀리 퍼져갔다.

내가 가진 나왕의 앨범 표지에는 그 히말라야 고원 지대가 아득히 펼쳐져 있고, 그 위에 피리를 부는 나왕의 모습이 물에 비친 것처럼 실루엣으로 인쇄되어 있다. 그것처럼 그의 피리소리는 듣는 이의 귓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대지의 혼, 영원한 진리의 세계, 시공간을 초월한 절대 평화와 만난다. 새벽녘, 또는 밤 깊어 홀로 있을 때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은 누구라도 그것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

그가 연주한 곡들이 어느덧 명상 음악의 대표곡들이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가 연주한 곡들의 제목만으로도 그의 세계를 알 수 있다. <지혜의 바다> <더 평화롭기 위해> <안에서 찾으라> <길을 찾아서> <어머니 대지에게 감사하며> <지금 여기> <헌신의 바람>... 나왕 케촉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는 밤 깊은 산사에서 서로 만났었다. 그곳에서 그가 들려준 피리소리가 아직도 그 산과 내 혼에 남아 있다. 평화와 자비를 갈망하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01 Nobel Peace Laureate, 1989
02 The Dalai Lama of Tibet
03 Leading the Path of Non-Violence
04 Loving Even One's Enemy
05 Being Kind to All
06 Caring For Our Mother Nature
07 Working For World Peace
08 Tibet For Peace Sanctuary
09 Tienanmen Square (For Chinese Warriors)
10 The Human Heart Is For Kin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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